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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환불&변경~‘구간당’이라는 말 뒤에 숨은 불친절
  • 박천기 (주)현대여행사 대표이사 기자
  • 업데이트2026-02-05 11:39:35
항공사 환불·변경 규정, 과연 고객을 위한 언어인가?
알 권리 존중하는 언어 사용이 진짜 고객 중심 출발점
 
 
항공권 환불이나 변경을 경험해 본 소비자라면 한 번쯤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자료사진 | AI 생성 이미지

구간당 수수료라는 문구 때문이다.
왕복 항공권을 한 장 구매했는데, 환불을 하려 하자 수수료가 두 번 부과된다.
 
고객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의문이 떠오른다.
왕복이 한 장인데, 왜 두 번 내야 하지?”
 

이 질문에 대해 항공사는 대개 이렇게 답한다.
전체 여정이 아니라, 탑승구간별로 적용된다.”
 
문제는 바로 여기 있다이 설명은 틀리지는 않지만, 결코 친절하지도 않다.
 
고객 언어가 아닌 항공사의 약관 언어
대부분의 고객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은 편도왕복이다.
 
그러나 항공사의 공식 문서에는 이런 표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탑승구간’, ‘탑승용 쿠폰이라는 약관 용어가 사용된다.
물론 이는 국제 항공운송 표준에 따른 법적 용어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언어라기보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언어에 가깝다.
편도당 수수료가 부과됩니다라고 명확히 쓰면 될 문장을 탑승구간별로 합산하여 징수합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계산은 복잡해지고, 오해의 여지는 커진다.
 
그 결과는 뻔하다고객은 분노하고, 설명은 여행사의 몫이 된다.
합법과 합리의 간극, 이러한 표현 방식은 법적으로 문제없다.
 
항공사의 약관은 국제협약과 국내 규정에 근거해 작성되었고, 분쟁 시에도 항공사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합법과 합리는 다르다.
고객이 계약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 과연 소비자 중심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책임을 최소화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항공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다.
특히 고령층이나 항공권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이러한 약관은 사실상 해독이 필요한 문서에 가깝다.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에서 항공사는 가장 안전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고객의 항의는 대부분 여행사를 향한다.
여행사는 항공사의 규정을 전달했을 뿐인데, 불친절의 책임까지 떠안는다.

결국 불신은 항공사가 아니라 여행 유통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제는 맞는 말이 아니라 이해되는 말을 써야 할 때다.
항공사는 더 이상 약관에 명시되어 있다는 말 뒤에 숨을 수 없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설명이다.
 
탑승구간별이라는 표현 대신 편도 기준으로 각각 부과된다는 문장을 병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오해는 사라질 수 있다.

소비자를 존중한다는 것은 혜택을 늘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알 권리를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 그것이 진짜 고객 중심의 출발점이다.
 

이 글은 특정 항공사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항공 산업 전반에 만연한 법적으로는 옳지만, 고객에게는 불친절한 언어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는 문제 제기다.
 
특별기고.....글. 박천기 현대여행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