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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짝꿍을 만났다멕시코 라 퀘마다 정상에서

‘굉장한 적을 만났다. 아내다. 너 같은 적은 생전 처음이다’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말이다.

졸혼(卒婚),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뜻으로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의 새로운 풍속이다. 완전히 절연하는 이혼과는 다른 개념으로 정서적,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는 점에서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황혼이혼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기도.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 케이스 중 약 30%가 황혼이혼이었고, 30년 이상 동고동락한 부부의 이혼은 10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에도 1분기에만 전년 대비 15%가 늘어났다고.

혹자는 결혼은 ‘사랑’ 보단 ‘의리’로 사는 것이라 말한다. 콩깍지에 단단히 씌어 늘 미소짓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연락하는 등의 사랑은 한시적일 수 있다. 과학자들도 사랑의 호르몬의 유효기간을 2년이라 정의한 바 있다. 신경전달 물질의 하나인 도파민(dopamine)의 감소로 어쩔 수 없이 권태기를 겪게 된다는 것.

멕시코 중부 해발고도 2442m의 고원이자 좁은 계곡의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사카테카스.

1546년 대규모 은광이 발견되며 이뤄진 이 곳은 분홍색 석재로 지은 건물이 많아 ‘핑크스톤(Pink Stone)의 얼굴과 은(Silver)의 심장을 가진 도시’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리고 사카테카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40km 거리에는 7세기 후반에 건설된 유적인 라 퀘마다(La Quemada)가 자리해 있다.

끝없이 펼쳐진 벌판위에 세워진 피라미드형 기단과 당시 사람들이 거주했다던 4층으로 깎아 만든 아파트형식의 암석이 인상적이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아파트형 암석 꼭대기에 오르니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풍이 몰아친다. 그런데 그곳에 서서 내려다 본 라 퀘마다의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내려오는 길. 우연히 손을 꼭 잡고 올라오던 한 중년의 부부를 만났다. 남편은 내게 무척 오래되 보이는 디지털 카메라를 건네며 아내와의 기념사진을 찍어 달라 말했다. 뷰파인더 안으로 보이는 이들 부부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졌다.

사카테카스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핫소스의 톡 쏘는 매콤함에 소금, 레몬즙이 어우러진 다소 생소한 풍미를 가진 멕시코 스타일의 맥주 칵테일 ‘미첼라다’ 한잔을 마시며 조금 전 만났던 부부를 떠올려봤다. 문득 언젠가 아내와 함께 라 퀘마다 정상에 오르고 싶어졌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영원히 반복해서 사랑하는 것이다’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한가지 분명한 건 여행은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굉장한 짝꿍을 만났다. 아내다.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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