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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멕시코 아카풀코

군 제대 후, 복학하는데 부모님께 학비를 달라고 하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한학기만 휴학을 하고 돈을 벌기로 했다. 그런데 또 왠지 집에 있기 싫었다. 아들이 좀 더 잘 살기 바라는 잔소리도. 그래서 부모님께 20만원을 빌려 무작정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일단 맨 끝자락에 있는 역에 내리기로 했다.

그렇게 당시 전혀 연고조차 없던 제물포역에 내려 수중의 전 재산인 20만원으로 고시원을 잡고, 구인광고를 샅샅이 뒤진 끝에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주말도 없이 일했는데, 통장에 돈 쌓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다보니 애당초 6개월만 버티기로 했는데 복학까지 포기하고 3년을 더 일했다.

결국 “인생에서 졸업장이 무슨 필요냐?”는 의지로, 자퇴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부모님과 엄청 싸웠던 기억이. 덕분에 난 대학교를 무척 오랜 기간 다녔고, 졸업 후 와이프를 만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때는 20대와 30대 경계에 있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할 때 정말 싫었던 것이 있다. 바로 입구에 수작업으로 간이 매대를 설치하는 것. 출근하자마자 큰 널빤지를 깔고 돌맹이로 균형을 맞춘 뒤, 그 위로 휴지나 과자 등 할인제품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했다. 그런데 퇴근 할 때는 어렵게 세팅한 간이 매대를 다시 또 가게 안으로 다 집어넣어야만 했다. 일년 365일 반복되는 이 노동이 어찌나 싫던지.

최근 미혼남녀 4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6.4%는 ‘일상 속에서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 순간으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할 때’가 50.7%로 1위를 차지했다.

13개 나라로 101일간 신혼여행을 다니며 가장 좋았던 점은 하루하루가 매번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취재로 출장을 다니며 비슷한 경험을 한다. 개인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활력 에너지를 충전 해주는데 여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 4월 중남미 최대 여행박람회 티앙기스 투리스티코(Tianguis Turistico)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마야, 아스텍 등의 인디오 문명이 발생한 곳이자 그 유명한 ‘타코’와 ‘데킬라’의 본고장이기도 한 멕시코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아카풀코.

이 곳에서 노을 지는 태평양 풍경을 배경으로 무려 45m 높이의 절벽에서 다이빙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라 케브라다’를 찾았다. 아찔한 절벽 위에 서서 양손을 번쩍 든 이름 모를 한 청년을 마주하는 순간 다시금 강렬하게 느꼈다. ‘이 맛에 여행하는구나!’

물론 관광객들 앞에서 다이빙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매일 아찔한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라 케브라다의 젊은이들도 어딘가로 여행이 필요하겠지.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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