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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사카테카스 골목에서인생은 좋은 것, Pura Vida

펜을 선물 받았다. 펜 옆에 내 이름을 각인 시키려 했는데, 시일이 좀 걸려 못했다고 미안해하며. 난 아날로그적 삶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요즘처럼 세상이 빠르게 디지털화 되어감에 따라 더욱 더 그렇다. 그런 면에서 점점 손글씨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펜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게 하는 기분 좋은 선물이다. 물론 어릴 적 부모님은 예쁜글씨 학원까지 보냈건만 선생님이 포기할 정도로 지독한 악필이지만.

유년기를 떠올려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일 본방사수 하던 멕시코 어린이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이다. 마리아 호아키나, 시릴로, 까르멘, 하이메 파릴요, 발레리아 등 하늘색 교복을 입은 각기 다른 개성의 학생들 그리고 푸른 눈과 금발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히메나 선생님은 멕시코를 언젠가 꼭 찾아가봐야 할 동경의 장소로 각인시켜줬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흐른 2017년 봄의 어느 날. 멕시코로 취재를 떠나 1546년 대규모 은광이 발견되며 만들어진 멕시코 중부의 도시, 사카테카스(Zacatecas)를 찾았다. 분홍색 석재로 지은 건물이 많아 ‘핑크스톤(Pink Stone)의 얼굴과 은(Silver)의 심장을 가진 도시’로도 불리는 이곳에서는 그 흔한 네온사인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수백년도 더 된 건물의 펍에는 전통민요 마리아치(Mariachi)를 연주하는 악사들과 데킬라, 메스칼 등 전통주를 마시는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흥으로 넘쳤다.

중세풍의 히스토릭함 사이로 자갈을 깔아 만든 길을 따라 사카테카스 다운타운을 걷던 중 ‘1910’이란 숫자가 눈에 확 띄는 건물 앞에 놓인 좌판을 볼 수 있었다. 나무로 된 과일 박스로 받침대를 세운 좌판에는 초콜릿이나 캔디 등이 수북하게 놓여 있었다. 그 옆에서 좌판을 지키던 할아버지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는데, 처음보는 이방인에게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미소를 보내줬다. 귀국하기 위해 사카테카스 공항의 카페에 앉아 기다리던 중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다 현재 코스타리카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내게 이런 말을 해줬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꼽히는 코스타리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말이 바로 인생은 좋은 것이란 의미인 푸라 비다(Pura Vida)이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를 기대하느라 아등바등하기 보단 오늘의 행복을 즐기면 어떨까?”

그녀의 말을 듣다 배낭에서 수첩과 펜을 꺼냈다. 그리고 그 의미를 머릿속에 각인하며 삐뚤빼뚤 적었다. ‘Pura Vida’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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