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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동여가] 캐나다 속 프랑스 퀘벡시간을 거스르는 방법

101일간 신혼여행을 떠나며 평소 좋아하던 여행작가들의 책 몇권을 배낭에 챙겼다. 그 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글 하나가 있다. 부인을 잃은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슬픔을 추스르기 위해 홀로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다. 훗날 우연히 빛바랜 사진을 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당시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여정을 떠났는지 교감하기 위해, 지난날 아버지의 발길을 그대로 쫓아가 봤다.

아들은 시간을 거슬러 예전에 아버지가 사진을 찍었던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즈로 둘만의 뜻깊은 사진을 찍어 항상 간직하고 다녔다고.

이 글을 읽는 순간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문득 20여년 전이 떠올랐다. 바로 중학교 2학년이 되던 1994년.

당시 청춘을 호텔업계에서 보냈던 중년의 아버지는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시작에 앞서 오랜 벗들이 이민가 있던 미국으로 떠났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도 친구들과 미국에서 장사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본격적인 사업구상에 앞서 아버지는 수십년만에 만난 친구들과 캠핑카를 빌려 전미를 비롯해 멕시코까지 누볐다. 지금도 아버지의 책장에는 그때 찍은 사진이 끼워져 있는 앨범 여러권이 놓여있다. 이때 아버지는 자식들이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길 원하고 이민을 결심했다. 이에 사업을 잠시 보류하고 귀국한 아버지는 어머니와 나에게 미국을 직접 가볼 것을 권했다.

그렇게 내 첫 해외여행은 중학교 2학년 때인 1994년, 어머니와의 동행으로 시작됐다. 요즘도 비행기만 봐도 설렐 만큼 여행을 좋아하던 엄마는 출발을 며칠 앞둔 어느날 세계지도를 펼쳐 보여주며 “아들, 엄마가 정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엄마가 세계지도에서 가리켰던 그곳은 ‘캐나다 속 프랑스’로 불리는 퀘벡(Quebec)이었다.

지난해 4월 세계 5대 관광전 중 하나로 꼽히는 ‘랑데부캐나다’ 취재를 위해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을 찾았다. 퀘벡시티 동쪽으로 세인트로렌스강을 따라 자리해 있는 샬르브와(Charlevoix) 지역으로 포스트 팸투어를 떠나기 전날 저녁, 우연히 참가하게 된 맥주투어.

바게트 속에 고기가 듬뿍 들어간 메뉴로 유명한 맛집이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찾은 이름조차 생소한 어느 마을의 어둑해진 풍경. 우리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덕분에 이른바 할마할빠(할머니+엄마·할아버지+아빠 줄임말)가 되어 계획에 없던 황혼육아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던 부모님이 떠올랐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손자의 재롱을 보며 캐나다 퀘벡으로 가족여행을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가 맛봤던 맛집에서 다같이 맥주한잔 마시며 ‘Cheers’를 외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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