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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의 기다림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앞

난 미술엔 소질이 없다.

이번 주말엔 아이가 나비를 그려 달래서 나름 열심히 그렸건만 “이건 잠자리”라는 얘기만 들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 어머니는 주변에 누군가 다닌다던 미술학원에 날 보낸 적이 있다. 멋도 모르고 한달쯤 다녔을까? 어찌나 가기 싫던지.

결국 다음달 학원비를 내라고 준 돈을 미술학원 대신 오락실에서 다 써버렸고, 결국 들통 나서 정말 눈물을 쏙 빼도록 혼이 났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다보니 난 미술엔 별 관심도 없다.

수십 아니 수백억을 호가한다는 그 유명한 작품들을 봐도 그냥 잘 모르겠다. 아마도 심미적 지각능력이 제로 상태여서 그런가보다.

“너의 서른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라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 주인공을 떠올리며 아내와 함께 찾은 이탈리아 피렌체. 도착한 그날 밤. 두오모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 흥겨우면서도 낭만적인 길거리 공연을 만끽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다 빈치의 ‘수태고지’,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등 르네상스 회화 컬렉션으로 세계 제일로 꼽히는 두오모 인근 우피치(Uffizi) 미술관을 찾았다. 우리 둘다 미술엔 문외한이지만 피렌체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히는지라 안 가면 왠지 후회할 것 같단 느낌에.

나름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그 유명세 때문인지 미술관 앞은 이미 끝이 안 보이는 행렬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줄을 선 상태로 아내가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며, 안으로 들어가는데만 무려 5시간. 입장에 대한 기쁨도 잠시. 정작 오랜 기다림에 지친 우리 에게 세계 제일로 꼽히는 르네상스 회화 컬렉션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피렌체에서의 하루가 다 가버렸다. 그리고 우린 이 과정에서 한가지 결심을 했다. 101일간 신혼여행 뿐 아니라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겠지만, 가능한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로.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하는데, 그렇다면 기회가 많은 여행과 달리 단 한번뿐인 인생은 더욱 더 그렇게 살아보기로.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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