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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외한에 지독한 길치길을 잃어 마주한 어느 골목에서

나는 지독한 디지털 문외한(門外漢)이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지금껏 그 흔한 인터넷쇼핑 한번 못해봤고, 인터넷뱅킹 또한 사용할 줄 모른다. 대신 필요한 물건은 조금 더 비싸더라도 직접 가서 구매하고, 은행 업무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방문해서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내게는 마음 편하다.

게다가 나는 엄청난 길치다. 몇 번을 반복해서 다녔던 곳이라도 내겐 언제나 처음 보는 길이라 여행 뿐만 아니라 취재를 다니면서도 매번 애를 먹고는 한다. 심지어 방향감각마저 뚝 떨어져 지도마저 잘 볼 줄 모르니. 덕분에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검색해 본 적도 물론 없다.

때문에 101일간 13개 나라로 배낭메고 신혼여행을 다니면서도, 숙소 예약이나 찾아가는 방법은 언제나 아내의 몫이었다. 그렇다보니 때론 아내의 불만과 함께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디지털 기기와 지도만 보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형식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지도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목표 지점을 찾으려 했지만 갈수록 미궁 속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둘 다 점점 지쳐가면서 짜증이 한껏 오르려는 찰나, 근처 눈에 보이는 허름한 마트에 들러 커피 한잔씩 사서 낡은 벤치에 앉았다. 그런데 잠깐의 휴식 동안 누구나 한번쯤 찾고 싶은 유명 관광지는 아닌 그저 평범한 동네의 일상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좋을 때도 있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번은 앞장서서 걸었는데, 역시나 같은 길을 뱅뱅 돌다가 결국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이 곳에서는, 이 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그리며 살고 있었구나. 만약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모습’이라는.

돌이켜 보면 호주에서 연애하던 시절,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무작정 걷다가 그 동네의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 마시는 시간을 참 좋아했다. 카페 안과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우리에겐 떠남의 즐거움이었다.

‘여행은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는 말처럼. 그리고 배낭메고 떠난 101일간의 신혼여행에서 만난 인연들이 우리 부부에게 준 교훈 한가지도 ‘인생도 여행과 마찬가지로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것. 우리가 늘 여행을 꿈꾸는 이유 아닐까?

신동민 기자  sdm@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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