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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타기를 하다 만난 빌딩타기 숨은 고수들

빌딩타기. 무작정 여행사가 몰려있는 빌딩 꼭대기로 올라가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영업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명맥만 유지돼 오고 있지만 90년대엔 빌딩타기를 빼놓고 영업을 논할 수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업계의 베테랑이라 하면 누구나 ‘빌딩타기’에 대한 추억을 하나쯤 갖고 있다. 서울 중구와 종로구는 여행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빠른 여권 발급을 위해 주요 대사관이 자리해 있는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몰린 것. 특히 남강빌딩, 다동빌딩, 진학회관, 산다빌딩, 순화빌딩, 삼덕빌딩, 원창빌딩 등은 여행사 건물로 유명세를 떨쳤다. 최근에는 르미에이르, 두산위브 파빌리온, 광화문 오피시아 등 고층 오피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 키보드만 두드리면 먼 지방에 있는 사람들과도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요즘 시대에 빌딩타기는 구식 방법으로 취급되고 있다. 하지만 ‘온고지신’이라고, 옛 것을 배우고 익혀야 새로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는 법. 본지 창간 6주년을 맞아 양광수 기자가 과거로 여행해 빌딩타기에 직접 도전 해봤다.

양광수 기자 yks@ktnbm.co.kr

김정수 루트&글로벌컴 대표
“여행업계만 빌딩타기? 홍보담당자도 빌딩탔다”

루트쓰리는 지자체·여행사·관광청·항공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PR·홍보대행사로 현재는 필리핀관광청의 홍보대행사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모든 산업이 그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관광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고,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 그런 면에 있어 정확한 사업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의 빌딩타기 체험에 대해 그는 대기업에서 홍보를 담당하던 때가 생각난다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는 물론, 이메일도 없어서 서류봉투를 몇 개씩 들고 다니며 당일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전달했다.

“이메일이 없던 시절에는 두발이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매일 언론사를 방문하다보며 안내데스크 아가씨랑 친해져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며 “지금은 너무 디지털화돼 가다보니 그런 연대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만나고 직접 부딛치고 현장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던 과거, 정이 넘치던 과거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며 루트쓰리의 새로운 홍보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라고 전했다.

이재성 에이스아메리카투어 소장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습니다”

에이스아메리카투어는 1991년 창업이래 다양한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주지역 행사를 연평균 900여 단체 이상 진행하는 인센티브·마이티브 전문 랜드사다.

이재성 에이스아메리카투어 소장은 과거를 회상하며 “과거에는 반겨주는 곳도 많았지만 아닌 곳도 더 많았다”며 “돌다보면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었고 윽박지르는 곳도 있다보니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꽤나 씁씁했던 기억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그는 빌딩타기를 하다가 만난 일면식 없던 거래처 대표님께 큰 환대를 받았던 기억이 남는다고 전했다. 예나 지금이나 에이스아메리카투어는 광고에 회사 직원들의 얼굴을 크게 넣는데 이를 알아봐주시는 것을 보고 왠지 으쓱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그런 그도 최근에는 빌딩타기를 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고정거래소가 늘다보니 기존 고객 유지하는데도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신규 랜드사같은 경우에 요즘도 한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에이스아메리카투어는 벌써 24년이 넘은 전통과 노하우가 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협력과 상생을 위한 신뢰의 파트너로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박광식 마타하리투어 부장
“몸이 힘들기보단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마타하리’란 이름은 인도네시아어로 ‘태양’을 뜻한다. 그만큼 마타하리투어는 지난 24년간 발리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걸어온 발리전문 랜드사다. 발리가 지금처럼 인기를 끌기 이전부터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던 시절에도 한국인 최초로 인도네시아 정식법인을 설립한 한국 최초의 인도네시아 정식 투자법인 여행사로 기록돼 있다.

박광식 부장은 그런 마타하리에서 여행사 세일즈를 하던 기억을 되새겼다. 그가 기억하는 빌딩타기는 ‘생각보단’ 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실 빌딩을 탄다는 것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다. 빌딩 안이다 보니 여름보단 겨울에 많이 돌아다녔는데 오히려 빌딩이 거리보다 따뜻해, 즐겁게 일했다”고 기억했다. “다만,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왔는데 실적이나 문의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 허탈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그도 빌딩타기를 하지 않고 있다. 빌딩타기는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거래처에서 부담스러워 하면서 부터이다. 자신이 필요한 정보가 아닌데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리도 여행업계가 아닌 금융업, 보험업계 종사자들이 오면 입으로는 ‘네’하고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현재 여행업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박광식 부장은 오늘을 계기로 빌딩을 타러 오신 분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원한 물 한잔을 줄 수 있다면서 방긋 웃으며 기자를 배웅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산토스 장보고투어 소장
“아직도 오프라인 마케팅이 최고!”

유창한 한국어가 일품인 산토스 소장은 특수지역인 인도 랜드사인 장보고투어에서 2008년부터 함께했다. 외국인이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장보고투어를 인도 전문 랜드사로 자리잡게 했다.

그런 그가 느끼는 빌딩타기의 추억은 그 어떤 사람보다 각별하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싶기도 했고, 그 다음엔 외국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그러나 그에 굴하지 않고 꾸준하게 빌딩타기(오프라인 마케팅)을 한 성과가 나오면서 아직까지도 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이제 빌딩타기보다는 온라인을 이용한 전화·이메일 등을 이용하지만, 지방에서는 전혀 연고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직접 상품 팜플렛을 들고 뛰고 있다”며 “우리회사같은 경우는 8년정도 돼서 지금은 대다수의 여행사들이 우리를 알고 있지만, 그전까지는 이름만 듣고, 또는 내가 외국인이라는데에서 오는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는 거래처가 있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하고 인사를 드리며 지금은 가장 큰 거래처로 자리 잡은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두발로 뛰겠다는 산토스 소장 그의 발걸음에 새로운 인연들과 거래처가 함께하기를 기대해본다.

 

양광수 기자의 빌딩타기 후기
“많아도 너~무 많아”

평소에 취재처가 몰려있던 두산 위브 파빌리온을 찾았다. 시작할 때만 해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나 곧 익숙한 업체부터 방문하며 긴장감을 풀어 나갔다.

문제는 빌딩타기를 할 때 가장 주의해야할 점은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잡아먹는 다는 점이다. 효율을 떠나서 최근같이 초고속을 따르는 시대에는 다소 뒤쳐진 방안일지도 모른다.

두산 위브 파빌리온만하더라도 13층으로 이뤄진 빌딩으로 한층마다 대략 10~20개의 여행사들이 밀집해 있다. 산술적으로 따져도 200여 업체가 그 빌딩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여행사 한 곳을 방문해 인사를 드리고 취재취지를 설명드리면 대략 20분가량 소요된다. 여기에 업무로 바쁜 곳에선 문전박대 당하기 십상이다. 인사에만 3900분, 시간으로는 65시간이 소요된다. 기자도 다음 일정이 있기에 모든 여행사를 돌아볼 수는 없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두산 위브 파빌리온을 떠났다.

얻은 소득도 있었다. 빌딩타기를 체험 중이라고 말하니 꽤 많은 사람들이 “기자가 빌딩타기를 왜 하냐?”며 되물었다. 시작할 땐 기사 쓰기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하루 동안의 취재를 모두 마치고 나니 명함 지갑이 꽤 두둑해져 있었다. 더불어 취재소스도 쏠쏠하게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한번 빌딩타기를 해보고 싶다.

나에겐 아직도 방문하지 못한 수많은 여행사가 아직 그곳에 있다.

양광수 기자  yks@ktnb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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